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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상담의 현실: "왜 신고해서 복잡하게 만드나" 5분짜리 학폭 상담의 문제점과 해결책

by 주호파파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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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상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교장 출신이라 잘 아는데 아이들끼리 이러면 잘 해결하면 된다. 왜 신고를 해서 복잡하게 만드냐?"

이는 학교폭력 피해를 신고한 중학생 학부모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2023년 3월부터 시행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학교폭력 발생 시 교육지원청 소속 조사관이 정확하게 사안을 조사하고 사건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시행 1년여 만에 이 제도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5분짜리 학폭 상담'의 실태

초등학생 A군은 친구 B군에게 배를 발로 차이고 이불로 머리를 짓눌러 숨을 못 쉬게 만드는 폭력을 당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A군은 등교를 거부했고, A군의 부모는 B군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조사를 위해 나온 70대 퇴직 교사 출신의 학폭전담조사관은 상담 시작 5분 만에 '다른 학생 상담이 있다'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결국 A군은 가장 가벼운 서면사과(1호) 처분을, B군은 교내봉사(3호) 처분을 받았고, A군은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처럼 일부 학폭전담조사관들은 건당 보수(서울 기준 18만원)를 받기 때문에 '날림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수를 늘리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피해 학생에게 신고 취소나 합의를 압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주요 문제점

  1. 역량 및 전문성 부족: 조사관 간 역량 편차가 크고, 일부는 학생을 위축시키는 언행이나 부실한 보고서로 불만을 야기합니다.
  2. 화해 종용 및 위협적 태도: 피해 학생에게 신고 취소나 합의를 압박하거나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날림 조사' 우려: 건당 보수 지급 방식으로 인해 일부 조사관들이 건수를 늘리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조사를 마무리합니다.
  4. 자격 및 나이 허용 범위의 광범위함: 퇴직 교원, 퇴직 경찰, 관련 경험 풍부한 사람 등으로 자격이 넓어 개인별 경력 및 전문성 편차가 큽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신고했지만, 오히려 "왜 신고해서 복잡하게 만드냐"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들고,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전담조사관 관련 민원은 총 109건이 접수되었으며, 주요 민원 사유는 '조사관 역량 및 전문성 부족', '화해 종용', '위협적 태도' 등입니다. 이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의 제언

이지헌 법무법인 대건 학교폭력 전문변호사는 "사건 건수를 기준으로 보수를 받으면 긴 시간 구체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전체 사건의 맥락을 제대로 보려면 조사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담임교사와 학폭 담당 교사의 의견서 등 정확성과 객관성이 확보된 자료가 교육청 학폭심의위에 함께 제출돼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학교폭력 상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1. 전문성 강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교육과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합니다.
  2. 보수 체계 개선: 건당 보수 지급 방식이 아닌, 조사의 질과 시간을 고려한 보수 체계로 개선해야 합니다.
  3. 객관적 자료 확보: 담임교사, 학폭 담당 교사의 의견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제출하여 사건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 피해자 중심 접근: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5. 모니터링 강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는 조사관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마치며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어 피해 학생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고, 가해 학생들도 올바른 교육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학교폭력 문제는 단순히 '아이들 싸움'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5분짜리 학폭 상담이 아닌, 진정한 관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상담이 이루어질 때 학교폭력 문제는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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